posted by 생울타리 2018.05.08 22:54

 

매혹(魅惑)

 

 

 

보라는 등 뒤에 숨는 울먹한 색이다

드러나기를 두려워한다

창고 옆 수국꽃 그늘 아래

묻어 둔 편지처럼 수줍다

흔들리는 등꽃 아래 누워 자던

너의 흰 이마에 드리우던 반그늘

일몰 무렵 긴 열차

차창 너머 산 어스름

한때 이런 처연한 빛을 보면

구름 위를 걷듯 세상이 막연해지곤 했다

사랑도 손에 쥐어져야 느껴지는 이쯤에도

보라는 여전히 매혹이다 언제 보아도

뇌수가 향방 없이 뭉클 쏟아지려 한다

오래 기다린 그대 등을 얼핏 보는 것 같다

더 기다려도 될 것 같다

한번만...조금만...이라고 되뇌다가

언제든 떠나도 될 것 같은,

돌아와도 떠난 흔적이 없는 나라,

보라국(國) 보라 백성들

잘 섞여진 기쁨과 슬픔의 빛

종아리 쯤 닿는 맑은 시냇물 속을 걷듯

붙잡지만 또 잘 보내주는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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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생울타리 2018.05.08 23:01 신고  Addr  Edit/Del  Reply

    벌써 10년이 되어가네요
    이 시를 쓰고 발표한지가~~
    다시 읽어보니 저도 감회가 깊네요
    호응이 좋았던 시들 중 하나입니다^^

  2. BlogIcon 스마일은혜 2018.05.09 11:36 신고  Addr  Edit/Del  Reply

    보라색을 좋아하면서도~
    그냥 내가 좋아하고 내 얼굴에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사실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ㆍㆍㆍ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세욤^^*

  3. BlogIcon 달콤한 지방교회들 티스토리팟빵 2018.05.10 22:46 신고  Addr  Edit/Del  Reply

    보라색...정말 감성적인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