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회 에세이 - 시몬 베드로 - 갓멘에세이 111
1892년에 간행된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에 수록된 낙엽[落葉]이라는 시에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문구와 함께 시몬이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시몬’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낙엽’ 혹은 ‘가을’이라는 개념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베드로후서 1장 1절을 읽다가 발견한 ‘시몬’이라는 이름은 ‘베드로’라는 말과 함께 놓임으로써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이며 사도인 시몬 베드로는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안에서 우리와 함께 동일하게 보배로운 믿음을 할당받은 이들에게 편지합니다.
신약성경 회복역 해당 각주는 ‘시몬 베드로’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옛 이름인 시몬은 출생으로 말미암은 옛사람을 가리키고, 주님께서 주신 새 이름인 베드로는 거듭남으로 말미암은 새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두 이름이 하나로 합해져 있는데, 이것은 옛사람 시몬이 새사람 베드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말씀에서 “시몬 베드로”라는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을 때, 그동안 알아왔던 베드로와 관련된 구절들이 전해주는 명암이 있던 베드로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제 안에 떠올랐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일생(밝은 면) : 베드로의 특징 중 하나는 그의 절대성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사람을 얻는 어부가 되게 해주겠으니 나를 따르라고 하시자, 성경은 그가 “즉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변화 산’에 가셨을 때나 겟세마네에 가서 기도하실 때 베드로 외 2명을 특별히 챙기셨습니다. 그 이후의 베드로의 생생한 활동기록은 다음에서 보듯이 사도행전 전반부(1-12장)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순절 성경 강림 사건을 놓고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베드로가 열한 사도와 함께 서서 소리를 높여 설교하던 장면에서 그는 매우 돋보였습니다(행 2:14-41).
그 후 그는 “모태로부터 서지 못하게 된 어떤 이”를 벌떡 일어나 걷게 했고, 공회에 붙잡혀가 심문을 당할 때도 당당했고, 거짓말하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가 베드로의 말에 그 자리에서 죽어 나갔으며, 중풍병으로 팔 년 동안 고생하던 애니아를 고쳤고, 심지어는 죽은 다비다를 살리기도 했습니다.
사도행전 10장의 ‘보자기 환상 사건’이후, 고넬료의 집에 가서 복음 전한 것은 유대인들에게만 전하던 기존의 실행에 비춰볼 때 파격이었습니다. 또한 그가 헤롯 왕 때에 “네 패의 군인들”(모두 16명)의 감시하에 옥에 갇혀있다가, 천사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사건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 일 이후로는 사도행전이라는 주 무대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대신에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사도행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시몬 베드로의 일생(어두운 면) : 그는 자주 덤벙댔습니다. 물 위를 걸어보겠다고 하다가 다른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물속에 빠져들지를 않나, 위 변화 산 위에서는 뜬금없이 초막 셋을 짓겠다고 하다가 “아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마 17:5), 타의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습니다.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모두가 주님으로 말미암아 실족할지라도, 나는 결코 실족하지 않겠습니다”라던 그의 맹세는 결국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그대가 세 번 나를 부인할 것입니다”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처참하게 결말이 났습니다.
“많은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제삼 일에 살아나게 될 것”을 말씀하시는 주님을 그가 “붙잡고 한쪽으로 가서” “이 일이 결코 주님께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님을 책망”한 사건은 믿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그의 이러한 무모함과 담대함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한편 그는 위선을 행하다가 사역의 ‘후배’일 수도 있는 사도 바울에게 면전에서 책망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각주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당시 베드로가 그리스도인의 순수한 믿음에 있어서 매우 약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도행전 10장에서 베드로는 이방인들과의 교통에 관해 매우 분명한 이상을 하늘에서 받았고, 앞장서서 그것을 실행했다. 그러나 이방인 믿는 이들과 함께 먹다가 할례 받은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뒤로 물러나 떠난 것은 얼마나 약한 것이며 퇴보한 것인가! 그가 사도들 가운데서 인도 직분을 잃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 예수님의 중보기도와 목양: 위에서 살펴본 베드로는 주 예수님의 열두 사도 중 하나로서 특별한 분깃이 있지만, 다른 한 면으로는 옛사람과 새사람이 공존하는 믿는 이들인 우리 각 사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부침이 극심했던 베드로가 어떤 계기로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순교하는 아름다운 마감을 하게 된 것인가를 묵상할 때, 주님은 문득 다음 두 가지 사건을 생각나게 해 주셨습니다.
첫째는 주님의 그에 대한 중보기도입니다. 사탄이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베드로를 요구할 때 주님은 베드로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간구하셨고”, “그대가 다시 돌아오거든, 그대의 형제들을 견고하게 하십시오”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여전히 주님을 믿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뒤로 물러나 디베랴 바닷가로 고기 잡으러 간 베드로를 주님께서 목양해 주신 사건입니다. 이때 주님은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만큼 고기도 잡게 해 주셨고(6절), 생선과 떡으로 아침도 차려 주셨고(9, 13절), 여전히 믿고 목양을 부탁하셨습니다(15-17절).
한국 사회는 소위 ‘승자독식’ 사회인 것 같습니다. 한 번 경쟁에서 밀리거나 어떤 일로 실패를 맛본 사람은 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달라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신앙의 노정에는 위 시몬 베드로처럼 주님의 주권 아래 안배된 성공과 실패가 있으며, 그 자체가 생명 성숙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부흥의 법칙>이라는 책을 보면, 아가서에는 최소한 여섯 번의 <시작과 과정과 끝과 멈춤(pause)>이 있습니다. 특히 이 ‘멈춤’의 시기에 위 베드로가 맛보았던 주님의 목양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함을 깊이 느낍니다.
오 우리의 혼의 목자이신 주님!
우리 모두를 목양하여 주사, 우리도 다른 이들을 목양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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