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5. 10:32
산 책
이 산에 들어오시려구요 그러면 기슭 어디 넘어져 있는
나무 등걸을 찾아 보셔요 잎사귀 시퍼런 나무들 사이
며칠 전 폭우에 누워버린 등걸 말이지요 그새 둥치 그
늘에 송이버섯을 나란히 매달았어요 향긋한 속살에 벌레
들이 코를 묻고 거기다 알을 까놓았군요 스무고개인 양
가지들을 타고 넘는 개미들, 갈 길 멀어 부지런한 해도
쉬었다 가지요 죽어서 더 풍부해진 삶을 보러 오세요
산 것들로 가득 찬 숲 속의 오후 말라가는 나무 등걸에
걸터 앉으면 놓아버린 목숨도 이렇게 정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