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피곤한데 잠에 들지 못해 괴로운 불면증을 겪어본 사람이 적지 않다. 불면증은 구체적으로 ▲잠들기가 어렵거나 ▲중간에 잠이 깨거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낮 동안 극심한 피곤함을 호소하는 등 수면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불면증 환자 수가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0만3417명이었던 국내 불면증 환자 수는 2016년 54만1958명으로 4년 새 34.3% 늘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대비 ‘불면증’ 진료인원수를 분석한 ‘인구 10만 명 당 진료인원수’를 살펴보면 100명 중 1명꼴인 1068명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2016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불면증은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구의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급증하게 되면서 불면증 진료 인원도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멜라토닌 부족, 스트레스 등이 원인
나이 들수록 잠이 안 오는 이유는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잠자기 2시간 전쯤부터 분비량이 늘기 시작해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를 때까지 고농도를 유지하다 해가 뜨면 급격히 분비량이 줄어든다. 그런데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뇌의 송과체가 나이가 들어 퇴화해 나이 들수록 잠에 들기 어려워진다. 51~65세의 멜라토닌 최고 분비량은 20~35세의 절반에 불과하고, 65세 이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밖의 불면증 원인은 수면 일정이나 수면 환경의 변화, 급성 스트레스 등이다. 이 외에도 여러 내과적 문제나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불면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햇볕 쐬며 걷고, 커피·술 주의해야
불면증 치료에는 수면제나 안정제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내성과 금단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되도록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의 특성에 따라 항우울제 등의 다른 약물이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약물치료 외에도 수면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탈조건화 치료를 받아 잠자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긴장하게 되는 현상을 없애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낮에 많이 움직여서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게 좋다. 그래야 밤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푹 잘 수 있다. 특히 햇볕을 쬐며 야외활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햇볕을 쬐면 잘 때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 숙면을 돕는다. 햇볕을 죄는 것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량도 늘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잠자려고 누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도 좋다. 커피, 술과 같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음식물을 피한다.(국민건강 보험공단제공)
<서울의대 정도언교수> (조선일보)
잠과 꿈은 왜 필요한가?
인생의 25%~30%는 잠이다. 80세까지 산다면 20~25년을 잠자리에서 보낸다.
그 세월만큼 인생을 허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곤하고 지쳐버린 육체와 영혼에 새 기운, 새 희망을 불어넣는 게 잠이다.
천근만근의 무게로 심신을 짓눌렀던 어제도 잠을 자고 나면 과거가 되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1950년대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잠을 자는 어린아이의 눈이
어느 순간 마치 무엇을 보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꿈과 관계되는 수면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 명명했다.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또 다른 대학원생은 잠이 마치 건축 구조물과 같이
단계와 구조가 있는 복합적이고 질서 있는 현상임을 발견하고, 잠을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구분했다. 일반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피로, 집중력 저하, 짜증, 환각,
망상, 공격성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수면 중엔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므로, 어린이가 잠을 적게 자면 키가 덜 자란다. 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정보처리와 갈등해소 기능이다. 이것을 담당하는 게 꿈이다. 사람의 꿈은 과거의 기억을 정리, 분류, 삭제, 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쓰레기와 같은 과거의 기록을 모두 안고 살아간다면 인생이 얼마나 고달파질까. 꿈을 통해 사람의 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쓰레기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려면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졸린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며 밤늦게까지 공부해 봤자 입력된 정보가 저장될 시간이 부족해져 학습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꿈을 많이 꾸면 "잠을 설쳤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심지어 악몽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몇 시간 정도 잠을 자야 할까. 어떤 사람은 4시간만 자면 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7~8시간은 자야 된다고 한다. 모두 정답이 아니다. 적정 수면 시간은 체질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성격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수면시간이 짧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람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수면시간은 최대 30분 정도며, 그 이상 억지로 줄이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수험생이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폴레옹이 토막 잠을 여러 번 나누어서 잔 것으로 유명한데, 잠은 한번에 이어 자야 1~4단계와 렘수면이 적절히 조화되어 피로회복, 신진대사, 성장, 기억력 저장 등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신체질환 때문에 생긴 불면증이 아니라면 불면증 환자는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퇴직자에게 불면증이 잘 나타나는 것은 취침시간, 기상시간, 식사시간 등 생활리듬이 불규칙하고, 이 때문에 뇌 속의 생체시계가 교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하고, 전날 잠을 설쳤다고 낮잠을 오래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운동은 육체적 피로를 유발해 수면에 빠져드는 것을 도와준다.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인체를 편안한 휴식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부교감신경계의 세력이 우세해져 잠을 쉽게 청할 수 있다.
8천만 명 이상이 한 종류 이상의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선 이 때문에 수면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1993년 국립수면장애연구소를 세워 수면장애를 연구하고 있다. 또 10년쯤 전부터 수면의학 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90년대 중반부터 수면의학 전공자를 양성하고 있지만 아직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가차원의 수면의학 연구도 전무한 실정이다. 산업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가가 수면의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